애니의 하루
/글쓴이 앤디 위어
/번역 지울
난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토요일인데. 하지만 날 품에 안고 있던 그는... 아침잠이 없는 사람이었다.
폴은 여느때처럼 끔찍하게도 일찍 일어났다. 내게 베어주던 팔을 치울 때의 기척에 살짝 깰 뻔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날 깨우려는 듯 내 머리칼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남성 독자들에게 말해두겠는데, 여자가 잠들어 있으면 그냥 얌전히 둬라. 새신랑이 아니고서야 이른 아침부터 누가 더듬는 걸 좋아할 리 없단 말이다.
그는 이내 깨우기를 그만두고 방을 나서서 끔찍한 아침일과를 시작했다. 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난 열 시 쯤 되어서야 다시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부엌으로 터벅터벅 향했다. 폴은 테이블에 앉아 산산이 분해된 고장난 전동 캔 오프너를 붙들고 있었다. 고장난 지 하루가 지났고 고작 10달러면 교체할 수 있었지만 그걸 굳이 붙들고서 애를 쓰고 있었다. 이러한 그의 기행을 어지간하면 내버려두겠지만, 우리에겐 제대로 된 캔 오프너가 필요했다. 그는 이걸 수리하느냐 새로 사느냐의 문제로 꼬박 하루를 썼다. 폴이 이러고 있는 동안 빌리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빌리는 십년 전에 폴의 전처가 남긴 열 여섯살 난 아들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다섯 해가 지날 동안, 그가 떼쟁이 꼬마에서 청년으로 자라는 걸 쭉 지켜보았다.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말로. 난 사실 온 몸으로 그의 손길을 느껴봤으면 싶다..
어쨌거나.
폴과 빌리는 야구 게임을 보러 나갔고, 난 홀로 남아 하루를 보냈다. 가장 먼저 난 느긋하게 목욕을 했다. 그리고 뒷뜰에 나가 일광욕을 즐겼다. 너무 좋았지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만두었다.
길을 나서서 말로 씨네 집에 들렀다. 말로 씨는 여든 넷의, 항상 이웃들로 행복한 노인이다. 난 그녀와 시간을 보냈고, 그녀는 자기가 어릴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 전에 들었던 이야기였지만 마음씨 좋은 그녀와 함께라면 아무렴 상관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드웨인과 샐리의 집을 지나쳤다. 샐리는 지난 7월 4일 바베큐 파티 때 내가 드웨인 씨 무릎에 앉은 뒤로 날 미워했다. 핑계를 대자면, 그땐 앉을 데가 마땅치 않았고, 그의 애매한 손길을 외면하기도 조금 뭐했었으니 이건 내 탓만은 아니라구.
그녀는 거실 창문을 통해 나를 노려보았고, 난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코너를 돌며 그녀의 잔디밭을 망쳐놓았다. 그녀는 나를 더욱 쏘아볼 뿐 달리 어쩌지는 못했다.
옆집에 사는 모린과 그의 아기 라이언이 뜰 앞에 나와 있었다. 모린은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라이언을 신경쓰지 않았다. 라이언은 나를 보더니 뒤뚱뒤뚱 다가와 팔을 뻗어 날 안으려고 했다. 난 그의 얼굴을 한대 쳐 주었다. 난 애들을 싫어하거든.
울부짖는 라이언과 어리둥절해진 모린을 뒤로하고 슬그머니 집에 돌아왔다.
식탁을 지나치는데 캔 오프너 부품들이 정교하게 늘어져 있길래 그 중 아주 작은 조각 하나를 냉장고 밑으로 차 넣어버렸다.
그러다 빌리의 노트북을 발견했다. 저렇게 내버져 있는 일은 원래 잘 없다; 평소엔 누가 엿보기라도 할까 방 안에 꼭꼭 숨겨두니까. 야구장에 가느라 커피 테이블에 그대로 둔 것일테다. 그래서 난 그의 노트북과 함께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초저녁 쯤 되어서야 남자들이 돌아왔다. 폴은 끝끝내 캔 오프너에 매달리더니 결국 좌절해버렸다. 빌리는 어째선지 내가 노트북을 깔고 앉은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알아채기 전에 냉큼 일어났다.
폴은 여느 때처럼 밤 열 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보통 몇시간 더 있다가 따라 들어가서 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계획이 하나 있다. 이 기분을 더이상 내버려둘 수가 없으니까. 빌리는 밤 늦게까지 비디오 게임을 했고, 난 그가 불을 끌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가 용기를 내어 지난 몇달 동안 기다려왔던 걸 실행에 옮겼다.
방 문을 살짝 열어 젖히고 그의 침실에 들어섰다. 그는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내가 들어온 줄 눈치 채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그 깜깜한 방 안에 아주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가 그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눈치챈 것 같았다.
그가 약간 놀라며, 당황했다. 하지만 난 그에게 어찌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발가벗은 채 그의 살결 위에 내 몸을 포갰다. 우린 이런 적이 전혀 처음이었다. 이제 그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고대하던 모험의 결과를 지켜볼 때가 왔다.
그는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아주 천천히, 또 힘차게. 내가 즐거움에 몸부림치게 했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좋았고 그도 그것을 알게 했다.
그런 뒤에 우리는 함께 잠들었다.
* * * * *
“얘야,” 폴이 빌리의 방 문가에 기대어 말했다. “아침 다 됐다.”
“알겠어요,” 빌리가 일어나며 말했다. “금방 갈게요.”
“그래,” 폴이 방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애니랑 같이 잤구나?”
“네,” 빌리가 고양이를 보며 말했다. “나한테 이렇게 응석부린 건 처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