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예술가는 디자이너가 상업적인 예술을 한다고 여길 때가 있다. 디자이너는 순수 예술가들이 자기만족적인 예술만 한다고 여길 때가 있다.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틀린 것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수 예술가는 자신의 작업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디자이너는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다. 그러다보니 순수 예술가들 중엔 사회부적응자로 보이는 이도 있고 디자이너 중엔 얄팍한 상술에 휘둘리는 자로 보이는 이도 있다. 긍정적인 면을 얘기하며느 순수 예술가는 작가 정신이 강하고 디자이너는 마케팅에 강하다. 이것은 또 다시 깊이감이냐, 소통이냐의 문제로 확대할 수 있겠다. 공통점은 두 분야 모두 창작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장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 직장의 디자이너가 자신의 창작이 담긴 일을 하기까지 여러가지 장애 요인이 많다. 하나의 프로젝트로 팀 전체가 움직이거나 어떤 특정 조건에 맞는 창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 쉬운데, 이때는 주체의식의 부재가 발생한다. 이는 작가 정신과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고로 결과물의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술가의 외곬수의 기질을 욕한다 해도 자신을 올인한 것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순수 예술가가 대중과의 소통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진솔한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 물론 작품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작가 정신이 어떤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나 또한 끝없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작가 정신이란 자기 세계에 빠져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몰입하여 관찰하고, 본질을 꿰뚫거나 음미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전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통하겠다는 의지 아닌가. 어찌보면 순수 예술가들은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내놓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이럴 때 디자이너의 감각을 배우고 싶다. 차라리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배려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소통도 기술이다. 디자이너들의 부지런함, 활기참, 사회성 등은 일종의 소통의 기술이니까.
- 오은정.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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